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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열(서평자) 한국전략문제연구소 1997 전략연구 Vol.4 No.1
90 년대에 들어와 전 세계적인 냉전구도가 와해된 이후 최근까지 우리의 국제적 관심은 새로운 국제질서, 즉, 소위 냉전 후 국제관계에 집중되어 왔다. 그리고 국제정치상의 제반 문제를 다루는 거의 모든 글이나 저서들이 “냉전종식 이후……”라는 서두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상 소련의 붕괴로 비롯된 국제정치상의 변화는 근세사에 2차례 있었던 세계대전에 버금가 는 변혁이었으며, 그 충격 또한 전 세계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우리의 관심이 이와 같은 충격적 사태로 인해 변화된, 그리고 앞으로 변화될 새로운 상황에 집중되는 현상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 현재의 상황은 결코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시간대에 속한 것이 아니며,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예측도 결코 과거와 단절된 상태에서 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한반도가 위치한 동북아의 경우, 여전히 러시아는 구소련 을 대신하여 유라시아 대륙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초강대국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을 포함하는 우리 주변의 모든 세력들은 지난 반세기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상황에 적응, 또는 상황을 변화시켜 가고 있다. 따라서 , 우리의 입장에서 현 상황에 대한 파악은 새로운 변혁의 측면보다는 과거로부터 계속되는 상황의 연속성을 기준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요컨대, 현재의 상황이 새롭고 또 변혁적이면 그럴수록 그와 같은 새로운 상황을 파악하고 여기에 적응해 나가는 작업의 출발은 그러한 변화의 과정, 즉, 과거와 현재 사이의 연계부분에서부터 비롯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냉전종식 이후 상황에 거의 배타적으로 집중되고 있는 우리의 시각은 자칫 변화이전 근 반세기에 걸쳐 진전되었던 변화의 측면과 상황 자체의 복잡성을 [냉전체제]라는 한마디로 단순화시켜 간과케하는 역기능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구소련이 붕괴되기 직전의 시점에서 미국의 아ㆍ태지역에 대한 전략을 보다 적절한 것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William T. Tow 교수의 상기 저서는 소련의 붕괴이전 미국이 아 ㆍ태지역과 관련, 전략적으로 어떠한 상황에 있었으며, 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어떠한 문제점들에 직면하여 있었던가. 그리고 그러한 문제점들을 어떤 방향에서 해결하고자 하였던가 하는 점들을 되 돌이켜 보게 함으로써 어쩌면 우리에게 마치 까마득히 먼 옛일처럼 생각되지만, 바고 10년이 채 안 되는, 그리고 일면 오늘날 우리가 바로 그 속에 살고 있을 수도 있는 [과거]로부터 현재의 변화된 상황과 또 앞으로 변화될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일단의 시각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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