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정체성과 심리적 안정을 형성하는 사회적 존재이며, 무시나 거절과 같은 사회적 배제는 소속감·자존감·통제감·존재감과 같은 핵심 욕구를 동시에 위협한다. ...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정체성과 심리적 안정을 형성하는 사회적 존재이며, 무시나 거절과 같은 사회적 배제는 소속감·자존감·통제감·존재감과 같은 핵심 욕구를 동시에 위협한다. 사회적 배제는 단순한 정서적 고통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판단과 의사결정, 나아가 소비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위협받은 자아를 회복하려는 다양한 형태의 ‘보상적 소비’를 유발한다. 그러나 동일한 배제를 경험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관계 회복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치의 증명을 추구하며, 또 어떤 사람은 성장지향적으로, 어떤 사람은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본 연구는 이처럼 보상적 소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분화되는 현상에 주목하여, 그 분화를 결정하는 개인차 요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기존 연구는 관계 회복 중심의 보상적 소비와 자기 보상 중심의 보상적 소비를 각각 개별적으로 다루어 왔을 뿐, 동일한 배제 상황에서 왜 상반된 소비 행동이 나타나는지를 설명하는 통합적 이론 틀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또한 위협을 줄이려는 방어적 소비에 논의가 편중되어, 배제 이후의 소비가 자기 성장과 발전의 계기로 전환될 가능성은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사회적 배제 이후의 보상적 소비를 결핍의 보상에서 성장의 추구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포괄하는 통합적·개인차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개인적 가치지향성과 정서조절수준이라는 두 가지 개인차 요인이 보상적 소비 경로의 선택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을 핵심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는 파편적으로 보고되어 온 보상적 소비 유형을 관통하는 두 개의 독립적인 분류 축을 제안하였다. 첫 번째 축은 ‘무엇을 회복하려 하는가’에 관한 동기적 특성으로, 손상된 사회적 자아를 수선하여 소속감과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관계강화 동기와, 사적 자아를 고양하여 통제감·효능감·존재감을 회복하려는 자기고양 동기로 구분된다. 두 번째 축은 ‘어떤 방식으로 회복하려 하는가’에 관한 조절초점 특성으로, 위협을 즉각적으로 감소시켜 이전 상태로 복원하려는 결핍방어 초점과, 자아를 확장하고 잠재력을 실현하려는 성장추구 초점으로 구분된다. 두 축은 각각 회복의 ‘내용’과 ‘방식’을 가리키는 서로 독립적인 차원으로서, 이를 교차함으로써 보상적 소비를 개념적으로 명확히 구별되는 네 가지 유형으로 체계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동기적 특성과 조절초점 특성을 결합하면, 가치 공유를 통해 유대를 강화하는 관계 발전적 보상(관계강화×성장추구), 역량 강화와 진정성 있는 자기표현을 추구하는 자기 개선적 보상(자기고양×성장추구), 배제를 회피하기 위해 집단 규범에 동조하는 순응적 보상(관계강화×결핍방어), 그리고 상징적 지위 과시와 이미지 방어에 몰두하는 자기 보호적 보상(자기고양×결핍방어)이라는 2×2 통합 매트릭스가 도출된다.
본 연구는 이 두 분류 축의 선택을 좌우하는 개인차 요인으로 가치지향성과 정서조절수준에 주목하였다. 먼저 Schwartz(1992)의 가치체계이론에 근거한 개인적 가치지향성은 자기초월(보편·박애)과 자기향상(성취·권력)의 대립 축으로 구성되며, 자기초월적 가치를 지닌 개인은 배제를 관계의 훼손으로 해석하여 관계강화적 소비로, 자기향상적 가치를 지닌 개인은 배제를 지위·효능감의 손상으로 해석하여 자기고양적 소비로 향하는 동기적 방향을 결정한다. 다음으로 정서조절수준은 배제로 인한 부정 정서를 처리하는 방식의 개인차로서, 인지적 재평가와 수용을 활용하는 적응적 정서조절은 배제를 성장의 계기로 재해석하여 성장추구적 소비로, 반추와 타인 비난에 의존하는 부적응적 정서조절은 즉각적 위안을 추구하여 결핍방어적 소비로 향하는 조절초점을 결정한다.
이러한 논리에 기초하여 본 연구는 네 가지 핵심 가설을 설정하였다. 가설 1은 사회적 배제를 경험할 때(경험하지 않을 때에 비해) 가치지향성과 제품의 동기적 특성 간 부합성이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진다고 보아, 자기초월적 가치지향자는 관계강화적 제품 광고에, 자기향상적 가치지향자는 자기고양적 제품 광고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가설 2는 사회적 배제가 유발하는 상대적 욕구위협, 즉 소속감 위협과 통제·효능감 위협의 상대적 강도가 가치지향성에 의해 조절된다고 보아, 자기초월적 가치지향자는 소속감 위협을, 자기향상적 가치지향자는 통제·효능감 위협을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지각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가설 3은 사회적 배제가 상대적 욕구위협을 거쳐 광고효과로 이어지는 매개 경로가 가치지향성(1단계)과 제품의 동기적 특성(2단계)에 의해 조절되는 조절된 매개 효과를 가설화하였다. 가설 4는 사회적 배제를 경험할 때 정서조절수준에 따라 제품의 조절초점 특성이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고 보아, 적응적 정서조절수준이 높을수록 성장추구적 제품에, 부적응적 정서조절수준이 높을수록 결핍방어적 제품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본 연구는 가설을 엄밀하게 검증하기 위하여 세 차례의 사전조사와 두 시점에 걸친 본 실험을 순차적으로 설계·실시하였다. 사전조사는 실험에 사용할 자극물의 타당성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서, 상호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서로 독립된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제1차 사전조사에서는 2×2 유형에 부합하는 실험 제품군을 선정하였으며, 그 결과 비영리 사회참여 서비스 ‘커넥트데이’(관계강화·성장추구), 오피스 캐릭터 키링 ‘루미참’(관계강화·결핍방어), 자기계발 플랫폼 ‘넥스트레벨’(자기고양·성장추구), 프리미엄 주얼리 ‘루미에르’(자기고양·결핍방어)의 네 제품이 의도한 특성 방향으로 유의하게 지각됨을 확인하였다. 제2차 사전조사에서는 각 제품의 소개문과 광고물로 구성된 실험 자극물이 의도한 동기적·조절초점 특성을 적절히 반영하는지를 점검하였고, 제3차 사전조사에서는 사회적 배제를 유발하는 영상(직장 내 배제 상황)과 이에 대응하는 중립적 통제 영상(구름 영상)의 조작이 의도대로 이루어졌는지를 검증하였다.
이어진 본 실험은 측정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약 1주일의 시차를 두고 두 시점에 걸쳐 진행되는 이원 측정(Two-Wave)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제1차 시점에서는 가치지향성과 자기해석수준 등 개인차 변수를 사전에 측정하였고, 약 1주일 후의 제2차 시점에서는 동일한 참가자에게 사회적 배제 또는 비배제 영상을 제시하여 욕구위협과 정서조절수준을 측정한 뒤, 네 유형의 제품 광고에 노출시켜 광고효과를 측정하였다. 개인차 변수와 실험 처치 및 종속변수를 동일 시점에 측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점화 효과와 일관성 응답 편향을 차단하기 위하여 두 측정을 시차로 분리하였으며, 조절된 매개 효과의 검정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배제 조건에 비배제 조건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참가자를 배정하였다. 전문 조사기관을 통해 모집한 1,200명의 참가자 가운데 부주의 응답자 등을 제외한 최종 분석 표본은 20~30대 직장 여성 549명(평균 29.81세)이었으며, 종속변수는 광고태도·브랜드태도·행동의도·정보탐색의도의 네 가지로 측정되었다. 수집된 자료는 공분산분석과 조건부 과정 분석(PROCESS) 기법을 활용하여 가설별로 검증되었다.
주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가치지향성과 제품의 동기적 특성 간 부합성 효과는 사회적 배제 조건에서만 선택적으로 발현되었으며, 비배제 조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사회적 배제가 새로운 동기를 만들어 내기보다 개인에게 이미 내재된 가치체계의 영향력을 ‘증폭’시키는 촉진 요인으로 작동함을 보여 준다. 다만 그 부합성은 비대칭적으로 나타나, 자기향상적 가치지향자에게서는 자기고양적 제품에 대한 선호가 폭넓게 확인된 반면, 자기초월적 가치지향자의 관계강화적 제품 선호는 그 성향이 매우 강한 일부에게서만 제한적으로 관찰되었다. 둘째, 사회적 배제는 가치지향성과 무관하게 소속감 위협을 공통적으로 더 강하게 유발하였으나, 통제·효능감 위협이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은 가치지향성에 의해 조절되었다. 즉 소속감 위협은 배제 경험의 공통된 기저로 작동하되, 가치지향성은 위협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셋째, 욕구위협이 실제 소비 동기로 전환되는 경로는 ‘통제·효능감 위협을 매개로 한 자기고양적 제품’ 경로에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소속감 위협을 매개로 한 관계강화적 제품’ 경로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는 소속감 위협이 제품과 광고라는 상징적 단서만으로는 쉽게 충족되지 않고 실제 관계의 회복을 통해 해소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해석되며, 이러한 전환은 평가적 태도보다 행동의도·정보탐색의도와 같은 행동지향적 반응에서 더 선명하게 확인되었다. 넷째, 정서조절수준에 따른 제품 조절초점 특성의 효과는 전체 표본에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제품군을 구분하여 분석하였을 때 그 양상이 드러났다. 자기고양 제품군에서는 적응적 정서조절이 성장추구적 제품에, 부적응적 정서조절이 결핍방어적 제품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가설 방향의 효과가 확인된 반면, 관계강화 제품군에서는 이와 상반된 방향이 나타나 두 효과가 상호 상쇄되었다. 한편 정서조절수준과 무관하게 성장추구적 제품이 전반적으로 더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점은, 배제 이후의 소비가 방어적 회복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지향적 자기 개선의 계기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사회적 배제가 보상적 소비로 이어지는 과정은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하게 작동하는 획일적 현상이 아니라, 개인이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 그리고 배제로 인한 정서를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따라 그 방향과 경로가 달라지는 다차원적 현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산재해 있던 보상적 소비 유형을 동기적 특성과 조절초점 특성의 두 축으로 통합한 2×2 매트릭스를 제안하고, 사회적 배제의 욕구위협을 보편적·동질적 현상이 아니라 가치지향성에 따라 무게중심이 달라지는 상대적 현저성의 문제로 재개념화하였으며, 잠재된 가치체계가 배제라는 조건에서 비로소 행동으로 활성화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보상적 소비의 지평을 결핍 방어에서 성장 추구로까지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이론적 의의를 지닌다.
실무적으로도 본 연구는 사회적 배제 맥락의 소비자를 겨냥한 광고 전략에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소비자 타깃팅 차원에서는 소속감 위협이 두드러지는 소비자에게는 사회적 연결과 수용을, 통제·효능감 위협이 두드러지는 소비자에게는 역량 강화와 자기주도성을 강조하는 차별화된 접근이 효과적임을 보여 준다. 메시지 개발 차원에서는 가치지향성에 부합하는 소구점을 설정하되, 위협을 직접 환기하는 결핍방어형 메시지가 정서조절에 취약한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긍정적 자기 변화를 약속하는 성장지향적 프레이밍이 보다 안정적임을 시사한다. 매체 전략 차원에서는 욕구위협의 매개 효과가 행동지향적 반응에서 선명하게 나타난 점을 고려하여, 인지와 호감의 축적보다 검색·가입과 같은 즉각적 행동을 유도하는 성과형 전략과의 결합이 유효함을 제안한다. 나아가 AI 미디어 환경에서는 소비자의 배제 경험과 욕구위협 상태를 함께 고려한 개인화가 가능하되, 심리적 취약성을 자극하기보다 긍정적 회복과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다만 본 연구는 실험실 환경에서 배제를 일회적으로 조작하였고, 표본이 20~30대 직장 여성에 한정되었으며, 자기보고식 측정과 영상 기반의 배제 조작에 의존하였다는 점에서 일반화에 일정한 제약을 지닌다. 향후 다양한 성별·연령·문화권을 대상으로 한 종단적 연구와 행동 기반 자료를 활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본 연구가 제시한 통합적 관점이 보다 정교하게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