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인간의 기억이 지닌 본질적인 유동성과 파편성을 시각적 예술 언어로 치환하기 위한 매체적 탐구에서 출발한다. 기억은 과거의 사건을 객 관적으로 보관하는 고정된 기록물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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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 국립창원대학교, 2026
학위논문(석사) -- 국립창원대학교 대학원 , 미술학과 , 2026. 8
2026
한국어
601 판사항(5)
경상남도
v,40 ; 26 cm
지도교수: 한지석
국립창원대학교 논문은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I804:48019-000000022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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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인간의 기억이 지닌 본질적인 유동성과 파편성을 시각적 예술 언어로 치환하기 위한 매체적 탐구에서 출발한다. 기억은 과거의 사건을 객 관적으로 보관하는 고정된 기록물이 아니라, 현재의 지각과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며 재구성되는 역동적인 흐름이자 생성의 과정이다. 연구자는 이러한 기억의 비정형적 속성을 포착하기 위해 동양화의 탁본 형식을 응용한 실험 적 전사기법을 시도하였다. 화면 위에 안료를 도포하고 종이를 덮어 찍어내 는 행위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최초의 구체적 형상은 해체되고, 그 자리에 남겨진 흔적들은 미세한 점들의 집합체인 최소 단위의 입자로 환원된다. 본 고는 이처럼 형태가 소멸한 지점에서 발견된 입자적 특성을 가장 선명하게 구현할 수 있는 물질로서 ‘가루’라는 비정형 매체를 채택하고, 그 물성적 필연성을 존재론적 층위에서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론적 토대로서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시간론을 바탕으로 기 억의 질적 연속성인 ‘지속(durée)’의 개념을 고찰하였다. 가루 입자들이 겹 겹이 쌓여 형성하는 지층은 단순히 물리적인 적층을 넘어, 과거가 현재 속 에 침투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 나가는 시간의 층위를 시각화한 것이다. 이는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생성 존재론으로 확장되어, 형상이 입자 로 해체되는 과정을 분자적 ‘되기(Becoming)’의 운동으로 정의한다. 공중에 자유롭게 비산(飛散)하는 가루는 망각의 심연에서 부유(浮游)하는 비결정 적 기억의 상태를 대변하며, 작가의 통제를 벗어난 물질 자체의 역동적인 힘을 노출한다. 나아가 본 연구는 유동하던 가루 입자가 화면이라는 물리적 경계에 닿아 실재적 흔적으로 남는 순간을 ‘안착(安着)’으로 규정하고, 이 를 들뢰즈가 주장한 사건적 개체성인 ‘이것임(Haecceity)’의 발현으로 해석 하였다. 본 연구에서 안착은 영구적인 고착이 아닌, 무한한 생성의 흐름 속 에 있는 물질이 특정 좌표에 잠시 머무르는 ‘일시적 정박(停泊)’을 의미한 다. 이러한 안착의 미학은 현대 미술사의 물질 담론 내에서 알젤림 키퍼 (Anselm Kiefer)의 물질성의 ‘적층’과 본인의 ‘안착’을 비교분석한다. 또한 안토니 타피에스(Antoni Tapies)가 보여준 기념비적 고착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으로서, 물질이 여전히 유동적인 에너지를 머금은 채 찰나의 실존을 증 명하는 고유한 조형적 지위를 획득하게 한다. 작품 분석에서는「기억의 입자」연작을 통해 입자의 ‘응집(凝集)’과 ‘비산(飛散)’이 만드는 물질적 변주 를 고찰하였다. 작품 화면에 밀도 있게 형성된 지층은 자아 내면에 안착한 구조화된 기억을, 흩어지는 파편의 흔적들은 소멸해가는 기억의 모호함을 상징한다. 특히 미디엄을 분무기로 살포하여 입자의 원형을 보존하는 기법 적 실천은 물질의 자율성을 존중함으로써, 기억이 지닌 비선형성과 불연속 성을 촉각적인 실재감으로 복원해 내는 과정임을 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가루라는 미세한 매질이 지닌 생성적 역능을 통해 보이지 않는 기억의 지속을 지형학적 풍경으로 치환하였다. 화면 위에 내려 앉은 가루의 흔적들은 박제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롭게 생성 되고 안착하며 진동하는 현재적 삶의 증거이다. 본 작업은 흩어지는 기억의 파편들을 물리적 공간에 일시적으로 정박시킴으로써, 상실되어가는 과거의 흔적을 현재의 생생한 실존적 사건으로 마주하게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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