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글로벌 가치사슬을 중심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선진국 제조업의 생산 공정이 중국을 비롯한 저임금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되면서 국제 분업 구조가 본격적으로 ...
196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글로벌 가치사슬을 중심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선진국 제조업의 생산 공정이 중국을 비롯한 저임금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되면서 국제 분업 구조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고,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기점으로 세계 무역 시스템의 통합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에서 중간재를 조달하기 시작했고, 세계 무역은 소비재 중심에서 중간재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중간재 무역은 생산 공정 단계에 직접 관여한다는 점에서 완제품 무역과 구별되며, 기업의 생산 효율성, 산업 구조, 국내 고용, 임금 격차, 기술 혁신 등 경제 전반에 보다 깊고 구조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국내 문헌에서는 중간재 무역과 노동시장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이에 본 연구는 이러한 연구 공백을 보완하고자 중간재 수입관세가 국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산업 수준과 기업 수준에서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선, 기존의 통합 산업 변수가 세부 산업 간 이질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KSIC 10차 산업 세세분류 기준으로 세분화된 중간재 수입 의존도 지수를 구축하여 산업별 추이를 살펴보았다. 또한 원자재와 가공중간재를 포함한 투입 구조를 병렬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산업별 투입 구조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동일한 중분류 산업 내에서도 세부 산업별로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으며, 원자재와 가공중간재 투입 구조에서도 차이가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중분류 산업 수준에서 단순히 통합된 평균값만을 고려할 경우, 실제 산업 내 세부적 다양성과 이질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어 중간재 관세를 활용하여 중간재 수입의 비용 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직접 효과만 고려할 경우 중간재 관세 인하는 노동 수요를 축소시키고, 국내 고용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부 경로별 분석에서는 고용 반응이 산업과 업무 특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다. 이전효과 측면에서는 외주가 용이한 산업에서 고용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으며, 대체효과 측면에서는 중간재-노동 간 대체탄력성이 높은 산업에서 노동 대체 현상이 보다 강력하게 작동하였다. 반면 SUR 모형을 통해 식별된 생산효과는 관세 인하로 절감된 수입 비용이 기업 산출 확대를 견인하고, 확대된 산출이 노동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생산효과는 이전효과와 대체효과로 인해 발생한 고용 감소를 상당 부분 상쇄하였으며, 그 결과 관세 인하의 총효과는 소폭의 고용 증가로 귀결되었다. 이는 중간재 관세 변화가 단순히 노동 대체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매개로 고용 구조를 재편하는 복합적 과정임을 시사한다.
기업 수준 분석에서도 산업 수준과 유사한 이질성이 관찰되었다. 중간재 관세 인하는 평균적으로 고용 감소를 유발하였으나, 기업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그 효과가 완화되었으며, 생산성이 매우 높은 기업에서는 비용 절감과 생산 확대를 통한 생산효과가 고용 감소를 상쇄할 가능성도 확인되었다. 아울러 수입 여부에 따른 분석에서는 비수입기업에서 관세 인하로 인한 고용 감소 효과가 수입기업보다 크게 나타났다. 이는 수입기업에서 경쟁효과, 대체효과, 생산효과가 동시에 작용함을 시사한다. 수입기업과 비수입기업 간 추정치의 차이는 생산효과가 관세 인하로 인한 고용 감소를 부분적으로 상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수입기업의 경우 관세 인하에 따른 비용 절감과 산출 확대가 생산효과를 통해 고용 증가에 유의미하게 기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생산효과가 관찰됨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소수의 기업을 제외하면 수입 여부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기업에서 관세 인하로 인한 고용 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본 연구는 중간재 관세가 고용에 미치는 효과가 단일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산업 및 기업 구조의 특성에 따라 이전효과, 경쟁효과, 대체효과, 생산효과가 서로 다른 강도로 작동하며, 평균적 효과만으로 정책을 설계할 경우 실제 고용 효과를 과소 또는 과대 평가할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산업 및 기업 수준 분석 모두에서 보편적인 생산효과가 관찰되었다는 것은 중간재 수입이 국내 노동을 단순히 대체할 것이라는 기존 통념과 달리, 오히려 생산성 향상을 통해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다만, 생산효과는 기업과 산업 특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므로, 정책 설계에 있어 정밀한 타겟팅이 필요하다. 직업 훈련, 숙련도 제고, 노동 이동 지원과 같은 보완적 정책과 함께 추진될 때, 생산효과를 통한 고용 증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기업 측면에서 고용 충격의 이질성을 고려한 차별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저생산성 기업을 대상으로는 단기적 고용 안정 장치와 구조조정 지원, 장기적으로는 숙련도 제고, 기술 확산 등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정책 접근은 기업의 생산성 수준과 산업별 특성을 반영함으로써, 고용 안정과 생산성 제고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정책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