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전환이라는 분석요인을 매개로 1955년 반둥회의와 1967년 아세안 창설의 관계성을 재검토한다. 기존의 연구들은 반둥의 유산과 영향력을 자연스럽게 아세안까...
본 연구는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전환이라는 분석요인을 매개로 1955년 반둥회의와 1967년 아세안 창설의 관계성을 재검토한다. 기존의 연구들은 반둥의 유산과 영향력을 자연스럽게 아세안까지 확장하여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해당 연구는 반둥과 아세안 사이의 이념적 연속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카르노 체제에서 수하르토 체제로 정권이 이양된 중요한 정치적 전환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연구 방법으로는 질적내용분석과 과정추적을 선택하였고, 반둥회의록 원문과 아세안 공식문서를 포함한 1차 사료와 인도네시아 정치외교사 중심의 2차 연구자료를 함께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 냉전 구도의 격화라는 구조적 요인에 힘입어 인도네시아의 외교노선이 국제주의∙이상주의에서 지역주의∙실용주의로 변경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반둥의 본질적인 의미가 퇴색하였음을 발견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수하르토의 신질서가 서구 세력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편승하면서 탈식민주의, 비동맹 정신, 남남협력에 기초한 반둥 정신이 전략적으로 해체되었다. 아세안의 창립은 이러한 정치이념적 재편을 반영한 결과물이며, 종국적으로 아세안이 설립된 당시의 맥락에서 반둥 원칙의 계속성 또는 연속성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본 연구는 반둥–아세안의 연결성을 재평가함으로써 그동안 확대 해석되어 온 관계성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탈식민적 가치가 지정학적 현실 속에서 재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반둥, 나아가 글로벌 사우스 담론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