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드게이트의 『트로이 북』은 궁정 시인 겸 수도사의 독특한 관점에서 후기 중세에 기사도적 남성성이 직면한 역사적 위기를 기록한다. 이 작품이 쓰인 15세기 초반에 기사도 이데올로...
존 리드게이트의 『트로이 북』은 궁정 시인 겸 수도사의 독특한 관점에서 후기 중세에 기사도적 남성성이 직면한 역사적 위기를 기록한다. 이 작품이 쓰인 15세기 초반에 기사도 이데올로기는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즉, 기사도의 군사적 기능이 쇠퇴하는 반면에 문화적 위상은 오히려 강화되었으며, 상충하는 사회적·이념적 요구들이 기사도적 남성성 내부에서 긴장을 증폭시켰다. 이 논문은 리드게이트의 도덕적 기획이 궁극적으로 이런 긴장을 해소하는 데 실패한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로, 리드게이트 특유의 ‘사리 분별’(prudence) 프로그램은 실행 가능한 대안적 남성성의 모델을 제시하는 데 실패한다. 헥토르와 트로이에 대한 리드게이트의 강한 편향에 영향을 받아, 사리 분별은 점차 남성 전사의 마초성을 억제하는 데 실패하는데, 이 실패는 작품 속 세계를 불안정하게 할 뿐 아니라 리드게이트 당대 영국 사회의 불안감 또한 반영한다.
둘째, 궁정식 사랑과 여성에 대한 리드게이트의 지속적 공격은 기사도의 도덕적 개혁 가능성과 문화적 적응력을 한층 더 약화시킨다. 궁정적 사랑에 대한 적대감은 종교인과 일반인을 막론하고 그의 동시대인 다수가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럼에도 리드게이트는 『트로이 북』에서 이를 완전히 억제하지 못하며, 그의 검열 시도는 오히려 여성성의 이상을 지속 불가능하고 기괴한 극단으로 몰아가는 결과를 낳는다.
이 논문은 『트로이 북』을 일관된 개혁적 비전의 기록이 아니라 불안정한 도덕적 개입으로 읽으며, 이를 통해 리드게이트의 작품이 후기 중세 기사도적 남성성의 구조적 모순을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규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