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부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혁신체계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유한 벤처캐피탈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한국의 벤처캐피탈은 정부 주도의 ...
한국은 정부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혁신체계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유한 벤처캐피탈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한국의 벤처캐피탈은 정부 주도의 제도적 기반 위에서 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40년 이상 자생적으로 성장하며 민간 자본과 시장 메커니즘을 결합한 매우 성공적인 투자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본 연구는 이러한 한국형 벤처캐피탈 시스템 하에서 벤처캐피탈 투자가 기업의 혁신에 실제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본 연구는 기업 수준 분석에 더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모든 산업을 포괄하는 산업 수준 패널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기존 연구에서 제기되어 왔던 자기선택편향과 인과추론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벤처캐피탈 투자는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혁신에 대해 역(逆) U자 형태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업은 설립 초기 단계에서 혁신 창출을 위해 벤처캐피탈 투자를 유치하는 반면, 혁신이 성숙 단계에 이르면 상업화를 목적으로 대규모 벤처캐피탈 투자와 정책금융 등 외부자금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편, 정부의 R&D 지원금은 혁신 성과에 대해 뚜렷한 영향을 보이지 않는 반면, 중소기업 대상 정책융자는 연구개발 중심 기업의 혁신 활동에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 주도 벤처캐피탈은 단순한 수익률 기준이 아닌, 산업 간 혁신 활동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혁신 체계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정부 주도의 벤처캐피탈이 관료적 보수성으로 인해 고위험 벤처투자에 부적합하다는 기존의 일반적인 연구 결과를 넘어, 한국이 제도적 설계와 민간 참여의 최적 조합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한국의 사례가 정부 주도 창업 생태계 육성을 모색하는 해외 연구자 및 정책입안자들에게 중요한 비교 기준과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나아가 본 연구는 산업 수준 패널 데이터를 활용하여 한국의 벤처캐피탈과 혁신의 관계를 국가 정책 관점에서 최초로 포괄적으로 분석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