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과 함께 시행된 고등학교 1학년 성취평가제는 단순한 평가 방식의 변화를 넘어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선발에서 성장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거시적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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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2026
학위논문(석사) --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 교육혁신전공 교육혁신 , 2026. 2
2026
한국어
충청북도
ⅹ, 163 ; 26 cm
지도교수: 김영석
I804:43012-00000004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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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과 함께 시행된 고등학교 1학년 성취평가제는 단순한 평가 방식의 변화를 넘어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선발에서 성장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거시적 개혁의 일환이다. 그러나 제도의 이상과 달리 학교 현장은 여전히 대입 선발을 위한 석차 5등급제의 상대평가와 모든 학생의 최소 성취 수준을 보장해야 하는 준거참조평가인 성취평가제가 공존하는 구조적 모순 속에 놓인다. 본 연구는 이러한 과도기적 시공간 속에서 고등학교 1학년 교사들이 경험하는 실천적 갈등과 행위자성의 발현 과정을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Priestley et al.(2015)의 생태학적 행위자성 모델을 분석의 틀로 삼아, 교사의 행위가 개인의 고정된 역량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인 반복적 차원, 미래의 지향점인 투사적 차원, 현재의 조건인 실천적-평가적 차원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여 형성되는 상황적 성취임을 규명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에 근무하며 성취평가제를 실행하고 있는 1학년 담당 교사 6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한다. 학교의 생태학적 맥락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여 학업성취 수준이 다른 학교의 교사들을 유목화하여 표집하였으며, 심층 면담과 관련 문서 분석을 통해 자료를 수집한다. 수집된 자료는 해석학적 현상학의 관점에서 분석되었으며, 도출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반복적 차원에서 교사들의 사고와 실천은 여전히 대학 입시와 상대평가의 관성에 강력하게 지배받는다. 교사들은 성취평가제의 교육적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수십 년간 지속한 변별의 논리와 공정성 시비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새로운 평가를 시도하기보다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특히 과거 성취평가제를 운영하며 경험했던 긍정적인 기억조차 현재의 등급 병기 체제라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양상을 보인다.
둘째, 투사적 차원에서 교사들은 모든 학생의 성장을 지향하는 책임 교육의 이상과 현실적 안착이라는 과제에서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뇌하는 모습을 보인다. 교사들은 성취평가제가 단순히 점수를 산출하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성장의 사다리가 되기를 희망하며 미래를 투사한다. 비록 대입 변별과 행정적 책무성이라는 척박한 현실이 교사들을 압박하지만, 교사들이 투사하는 미래는, 이상과 현실의 충돌 속에서도 자신의 교육적 이상을 현실 가능한 형태로 구체화하고 조정해 나가는 교사의 능동적 저력을 보여준다.
셋째, 실천적-평가적 차원에서 교사들은 척박한 구조적 환경을 개인의 헌신과 방어적 연대로 지탱한다. 물리적 시간의 절대적 부족, 모호한 지침, 과도한 행정적 통제 속에서 교사들은 자신의 휴식 시간을 반납하는 육체적·정신적 희생을 통해 제도의 공백을 메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형성된 교사 간의 협력은 교육적 담론을 나누는 생산적 공동체라기보다, 행정적 위기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긴급 구호적 성격의 방어적 연대이다. 특히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은 교사들에게 각기 다른 딜레마를 부과하며 행위자성의 양상을 차별화하는 핵심 기제로 작동함이 확인된다.
넷째, 이러한 생태학적 조건 속에서 교사들이 성취한 행위자성은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연구 참여자들은 미래지향적 성찰을 통해 교육적 본질을 추구하는 성찰적 행위자성, 전문성을 유보하고 입시 현실에 타협하는 좌절된 순응의 행위자성, 제도의 모순을 간파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적 회의주의의 행위자성, 윤리적 책임감으로 낙오자를 막아내는 방어적 돌봄의 행위자성, 위기 상황에서 동료를 이끄는 공동체 지향적 리더십의 행위자성, 제약 속에서도 실질적 배움을 지원하는 책무적 실천의 행위자성 등을 보인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여 본 연구는 성취평가제 실행과정에서 나타난 교사 경험의 본질을 “구조적 모순의 공백을 개인의 윤리적 헌신과 방어적 전략으로 봉합하는 대리적 지탱의 행위자성”으로 정의한다. 교사들은 온전한 자율성을 가진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불완전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자신의 물리적 노력과 윤리적 책임감을 투입하여 위태롭게 지탱하는 대리자로 존재한다.
본 연구는 고교학점제의 안착을 위해서는 교사 개인에게 시스템의 모순을 전가하는 방식을 멈추고 생태학적 환경의 총체적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책무성 중심의 평가 문화를 교육적 책임의 윤리로 회복하고,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 제도의 구조적 불일치를 해소하며, 교사의 성찰과 협력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시공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본 연구가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교육의 본질을 지키려 애쓰는 교사들의 실존적 목소리를 드러내고, 나아가 교육정책의 현장 적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목차 (Table of 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