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예술가곡은 20세기 초 서양 음악의 도입과 더불어 아시아권에서 정착한 대표적인 성악 장르로, 두 나라 모두 각자의 언어와 문학, 음악 전통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예술적 정체성을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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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 강원대학교 대학원, 2026
2026
한국어
강원특별자치도
141 ; 26 cm
지도교수: 박은옥
I804:42002-000000035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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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예술가곡은 20세기 초 서양 음악의 도입과 더불어 아시아권에서 정착한 대표적인 성악 장르로, 두 나라 모두 각자의 언어와 문학, 음악 전통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예술적 정체성을 발전시켰다. 당시 아시아 사회는 근대화와 식민지 경험이 교차하던 격변의 시기로, 음악은 단순한 예술 형식의 수입을 넘어 민족적 자각과 문화적 자존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과 중국은 각기 다른 역사적 환경 속에서 서구의 예술가곡 양식을 수용하고 변용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국어의 억양과 시적 정서를 음악적으로 재해석하여 고유한 예술가곡 문화를 형성하였다.
중국의 예술가곡은 1919년 5·4 신문화운동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이 시기의 작곡가들은 서양 음악 이론과 화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도, 중국의 전통 시가와 백화시를 가사로 활용하여 시와 음악의 조화를 중시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음악을 새로운 문화적 언어로 인식하고, 시적 의경과 정취를 소리로 형상화하려는 지적·예술적 시도로 이어졌다. 청주, 황쯔, 자오위안런 등은 서양에서 배운 음악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어의 성조를 선율 구조에 반영하고, 전통 미학의 여백과 균형을 현대 음악 언어 속에 녹여냈다. 이로써 중국 예술가곡은 단순한 서구 양식의 모방을 넘어, 자국의 언어 리듬과 미감을 반영한 독창적 음악 장르로 발전하였다.
반면 한국 예술가곡은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억압 속에서 민족적 정체성과 예술적 독립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태동하였다. 박태준, 홍난파, 윤이상 등은 한국어의 음절 구조와 고유한 장단, 민요 선율, 전통 선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감정을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다. 이 시기 한국 예술가곡은 식민지 현실 속에서 잃어버린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정신적 저항의 도구로 기능하였고, 그 과정에서 서사적 긴장감과 감정의 직접성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특징은 한국 예술가곡이 단순한 음악 형식을 넘어 민족적 감수성을 내포한 예술적 운동으로 발전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이처럼 두 나라의 예술가곡은 서구 예술음악의 형식을 수용하면서도 각자의 언어 구조, 시적 표현, 문화적 배경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는 주로 단일 국가의 작곡가 연구나 특정 시대의 미시적 분석에 집중되어 있었고, 양국 간의 체계적인 비교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에 본 연구는 한중 예술가곡을 통합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동아시아 음악문화 속에서의 상호 영향과 미학적 차별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시대적 배경이 다른 한국과 중국의 예술가곡 각각 10편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비교 기준은 장르의 기원과 발전 단계, 가사(텍스트)의 언어적 특징, 음악 언어와 형식, 시와 음악의 결합 방식, 피아노 반주 양식, 민족적 표현, 그리고 연주 및 교육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 등 일곱 가지 항목으로 설정하였다.
연구 방법으로는 우선 역사적 문맥을 고증하여 1920년대를 중심으로 한중 예술가곡의 발전 과정을 단계적으로 정리하였다. 다음으로 악보 분석을 통해 선율, 화성, 리듬, 반주 형태 등 구체적인 음악적 언어를 비교하였으며, 마지막으로 문화적 비교 분석을 수행하여 언어와 시적 정서, 사회문화적 배경이 음악적 형식에 미친 영향을 심층적으로 해석하였다.
중국의 주요 작곡가로는 청주, 황쯔, 자오위안런, 루짜이이 등을 선정하였다. 이들은 유럽 유학을 통해 서양의 화성과 대위법을 익히면서도, 중국어의 성조와 시가의 운율을 음악 구조 속에 반영하였다. 한국의 경우 홍난파, 박태준, 김동진, 윤이상의 작품을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며, 이들은 한국어의 음절적 리듬과 민요 선율, 전통 오음음계를 현대적 화성 속에 통합하여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연구 결과, 한중 예술가곡은 발전 시기와 사회적 배경 면에서는 유사한 궤적을 보였으나, 음악적 구현 방식과 미학적 지향점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먼저 언어와 리듬 구조의 측면에서 중국 예술가곡은 성조와 시가의 율격이 선율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중국어의 성조는 의미 전달과 감정 표현을 동시에 담당하므로, 작곡가들은 이를 반영하여 음의 상승과 하강, 길이와 강세를 세심하게 조율하였다. 이로써 중국 예술가곡은 시적 공간감과 정취의 재현을 중시하는 정적인 미학을 형성하였다. 반면 한국 예술가곡은 한국어의 음절 구조와 장단, 근대시의 자유로운 운율이 결합되어 리듬의 변화와 선율의 유동성이 두드러졌다. 이로 인해 인간적인 감정의 흐름과 서사적 전개가 자연스럽게 드러났으며, 정서적 직설성이 강한 특징을 보였다.
둘째, 피아노 반주의 기능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중국의 피아노 반주는 시적 분위기를 보조하고 여백의 미를 표현하는 역할을 하였다. 황쯔의 ‘송별(送別)’에서는 피아노가 서정적 공간을 확장하는 배경음처럼 작용하여 시적 정취를 극대화한다. 반면 한국 예술가곡의 피아노 반주는 감정의 고조를 직접적으로 유도하며, 리듬과 화성의 변화를 통해 긴장감과 서사적 몰입을 강화한다. 이러한 반주의 적극적 참여는 한국 예술가곡의 감정적 직설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셋째, 민족음악의 수용 양상에서도 뚜렷한 대조가 나타났다. 중국은 전통 연극인 경극이나 곤곡의 선율적 요소를 변주하여 시적 의경과 정서의 형상화를 추구하였다. 이에 비해 한국은 민요의 선율과 전통 오음음계를 직접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민족적 정체성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차이는 예술가곡이 단순히 서구 형식의 모방이 아니라, 각국의 전통 예술 문법과 정서를 기반으로 재구성된 음악임을 보여준다.
넷째, 미학적 지향의 측면에서 중국 예술가곡은 함축적이고 정적인 미를 추구하며, 시의 세계를 음악적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한국 예술가곡은 감정의 직접적인 표현과 서사적 전개를 중시한다. 따라서 인간 내면의 정서를 음악적으로 드러내는 데 집중하였다. 중국의 예술가곡이 시의 여운과 여백을 통해 사유의 공간을 열었다면, 한국 예술가곡은 감정의 분출과 리듬의 강약을 통해 인간적 서사의 긴장을 만들어냈다.
본 연구는 한중 예술가곡이 서구 음악 양식의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각국의 언어와 문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동아시아적 예술 장르임을 밝혀냈다. 두 나라의 예술가곡은 모두 시와 음악의 결합을 통해 문학적 정서를 음악적으로 형상화하였지만, 그 표현 방식과 미학적 목표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언어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예술가곡은 언어의 리듬감과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감정의 서사적 흐름을 중시하는 특징을 지닌다. 반면 중국 예술가곡은 시적 사유와 여백의 미학을 중시하며, 정제된 표현 속에서 인간의 내면적 감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차이는 양국이 서양 음악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문화적 전략을 취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한중 예술가곡은 모두 서구의 양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자국의 언어적 리듬, 문학적 감성, 미학적 사유를 결합하여 새로운 예술 형태로 재창조되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동아시아 예술가곡의 정체성을 규명하고, 향후 아시아 음악학 연구의 비교틀을 제시하였다. 또한 연주와 교육 현장에서의 실천적 활용 가능성을 제안함으로써, 예술가곡의 현대적 계승과 문화적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연구에서는 일본과 대만 등 인접 지역의 예술가곡과의 비교를 통해 동아시아 예술가곡의 상호작용과 문화적 교류 양상을 보다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예술가곡의 네트워크 형성과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서양 중심의 음악사 서술을 넘어 아시아 음악미학의 자율적 체계를 확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핵심주제어
예술가곡, 한중, 비교 연구, 민족성 표현, 피아노 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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