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함경도 홍원 및 함흥 지역에서 망자 천도 의례를 지칭하는 망묵굿의 무악(巫樂)을 대상으로 한다. 함경도 지역은 무속 음악을 포함한 음악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
본 연구는 함경도 홍원 및 함흥 지역에서 망자 천도 의례를 지칭하는 망묵굿의 무악(巫樂)을 대상으로 한다. 함경도 지역은 무속 음악을 포함한 음악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고는 함경도 무악의 실체를 규명하고 한국 음악 연구의 지리적 공백을 해소 하는데 일차적인 목적을 둔다. 연구의 범위는 1981년 12월 9일부터 10일까지 서울 봉천동에서 연행된 지금섬 일행의 망묵굿이며, ARKO 소장 영상자료, 이보형의 녹음자료, 열화당 간행의 『함경도 망묵굿』(1985)을 주요 자료로 활용하였다.
1981년 망묵굿의 굿거리 열여덟 거리를 검토한 결과, 망묵굿 무가는 청배무가, 장형무가, 공수무가, 천수무가의 네 가지 유형으로 수렴된다. 각 굿거리에서 구사되는 무가의 음악적 특징이 굿의 목적 및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됨을 확인하였다. 무가의 성격에 따른 기능과 음악적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청배무가는 《부정굿》, 《토세굿》, 《청배굿》 등 신을 청하는 과정에서 사용된다. 청배장기(①, ②)에 얹어 연행되며, 대체로 1자1음1박 또는 1자2소박의 특징적인 리듬 구조를 가진다. 선율의 경우, 말하듯이 무가를 구송하는 양상으로 인해 토리를 구분할 정도의 중복 출현 음계는 산출되지 않는다. 주로 하나의 음을 빈번하게 사용하다가 악구의 종지부에서 단3도 아래 또는 장2도 위의 음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선율을 형성하는 경향을 보인다.
둘째, 장형무가는 《타성풀이》, 《객로굿》, 《산천굿》, 《오기풀이》, 《돈전풀이》 등 이야기 구송이 중시되는 굿거리에서 사용되며, 대부분 서사무가이나 교술무가도 포함한다. 서사적 내용을 구현하기 위해 말 또는 노래와 같은 구송방식에 장단이 결합되어 ‘상애짓고 도속잡고 드러치는’ 고유의 음악적 틀을 사용한다. 함경도굿의 정체성은 장형무가에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장형무가의 장단은 불균등한 박으로 구성되며 긴장기, 자진장기, 불림장기, 드러치기 등의 다양한 종류가 있다. 긴장기의 구조는 13.8.13소박 구조와 8.5.8소박 구조로 나뉘며, 이는 3.2.3소박 구조로 축약되어 자진장기가 파생되었음을 밝혔다. 긴장기와 자진장기의 관계는 전통 음악의 긴-자진 구조이다. 긴장기는 구송 방식에 따라 음악 구조가 달라진다. 상애짓기무가에서는 긴장기가 노래로 사용되는 반면, 도속잡기무가에서는 주로 말(구송)과 종지구 부분에 장단 및 상애짓기무가의 일부 선율이 인용되었다. 드러치기 역시 선율 구조 면에서 상애짓기무가와 동일한 계열이다.
장형무가의 선율 및 말붙임새를 분석한 결과 이들 무가는 도′레′미′ 3음 중심의 순차진행형 선율을 사용하거나, 불림무가의 경우 메나리토리를 구사한다. 또한, 말에 가까운 낭송조무가의 말붙임은 2~3음절에 3소박, 1음절에 2소박이 붙는 규칙성을 발견하였다. 무가가 노래에 가까울수록 장단 주기가 규칙적인 반면, 말에 가까운 무가일수록 불규칙한 주기를 가지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셋째, 공수무가는 《상시관놀이》, 《베가르기》 등의 거리에서 부른다. 낭송조의 말붙임 규칙과 더불어 말을 빠르게 엮거나 악구의 마지막 음을 길게 장인(長引)하는 방식으로 무가를 형성한다. 신의 말을 전하는 공수(해라체)는 4~5음을 중심으로 하는 선율형으로 상애짓기무가와 연결성을 보이고, 망자의 말을 전하는 공수(곡소리)는 메나리토리, 특히 ‘레′도′라↘’와 같은 메나리 하행 선율을 특징적으로 사용한다. 선굿에서 추는 춤장단은 3소박4박의 정적기, 논놀이장기를 쓴다.
네 번째, 천수무가는 《문열이천수》, 《왕당천수》 등에서 천수경(千手經) 및 축원염불, 게송(偈頌) 등을 구송하는 무가이다. 음악적 요소에 따라 염불, 느린천수무가, 천수무가, 빠른천수무가, 〈화청(和請)〉 등으로 구분되며, 느린천수무가-천수무가-빠른천수무가는 장단이 점진적으로 빨라지는 세틀형식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천수경」은 자유박 염불 선율 또는 혼박4대박의 느린천수장기 및 3소박4박의 천수장기에 얹어 온섬메나리토리로 연행된다. 무속적 성격이 강한 무가는 2소박4박의 빠른천수장기에 반섬메나리토리를 사용한다. 《왕당천수》의 핵심 무가인 〈화청〉은 불교 가사 화청의 가사(예: 백발가, 별회심곡)를 차용하나 그 기능은 망자를 천도하는 목적의 축원 화청과 유사하며, 불가의 노래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속적 의미와 무악의 성격을 반영하여 변주된 형태를 보인다.
위에서 분석된 음악적 특징 및 기능을 기반으로 망묵굿의 연행 방식을 고찰할 때, 「천수경」을 구송하는 《문열이천수》, 《왕당천수》, 《하직천수》가 청신-축원천도-송신에 배치되어 굿의 세 기둥을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청신 과정에는 집굿 성격의 굿을, 축원천도 과정에는 천도굿 성격의 굿을, 뒷전에는 정화(淨化)의 성격을 가진 굿거리를 배치하였다. 망자를 위한 천도굿은 다시 길닦기와 감응으로 기능이 분화된다. 길닦기에는 《동갑접기》, 《타성풀이》와 같이 망자의 저승 노정에 관련된 교술무가나 서사무가 즉 장형무가가 불려지며, 감응에는 망자와 생자가 만나는 강신적 굿거리가 배치되어 연행된다.
본 논문은 함경도 망묵굿을 중심으로 무악의 음악적 특성을 확인하고 그 연행 방식을 구조적으로 고찰하였다. 망묵굿은 무불습합이 다른 지역에 비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굿거리명은 물론 「천수경」 및 축원 염불, 게송, 화청 등의 불가를 적극적으로 흡수하면서도 장단 및 선율에서 무속식으로 바꾸어 부른다. 이들 사설과 음악은 모두 망자천도라는 의례적 기능에 걸맞게 변용하였다. 또한 인접 지역인 동해안굿과 혼소박 강세의 장단 및 메나리토리를 공유하면서도, 동해안굿의 체계적인 장단구조보다는 사설의 전달력에 무게를 실어 보다 무가와 밀착되어 있다. 또한 상애짓기무가 등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반섬메나리토리보다 더 높은 음역대에 선율을 형성하여 독자적인 선율을 구사하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기존에 포괄적으로 논의되던 메나리토리를 세부적인 음구조로 새롭게 정립함으로써 동해안을 잇는 메나리토리 음악권의 구조를 심화하였다. 또한, 무녀의 입문 과정이 강신권에 속하고 음악적으로 당악형 장단이 나타남과 동시에, 이야기를 구송하는 방식으로서 ‘상애짓고 도속잡고 드러치는’ 고유의 음악적 구조를 활용하는 점이 함경도 무악의 독자성을 확연히 보여준다.
이러한 음악적 특징은 함경도 지역 내에서 내륙(북 중심, 경)과 해안(장구 중심, 무가 및 춤)으로 음악 양상이 분화되는 경향을 시사하며, 이는 기존의 행정구역 중심 분류보다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 합리적인 무가권 논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제한된 자료라는 한계를 안고 있으나, 함경도 무악의 음악적 특징을 선명하게 규명하고 한국 음악사에서 연구의 공백으로 남아있던 함경도 음악을 학계에 제시하였다. 향후 함경도 지역의 다양한 무속 자료를 확보하고 비교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무가권 논의를 더욱 심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