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우리가 듣는 음악은 단순한 소리의 나열이 아니라, 청각 시스템이 복잡한 음향 신호를 해석하고 조직함으로써 형성된 정교한 지각 경험이다.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일상에서 우리가 듣는 음악은 단순한 소리의 나열이 아니라, 청각 시스템이 복잡한 음향 신호를 해석하고 조직함으로써 형성된 정교한 지각 경험이다.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탐구하는 데 있어, 음악적 착각은 흥미롭고도 유용한 연구 틀을 제공한다. 특히 스케일 착각은 음고 기반의 그룹핑이 공간적 단서보다 우선하여 작동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조성, 음고, 음색 등의 음악적 요소를 정교하게 조작하여 지각 조직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에 적합한 실험적 패러다임이다.
본 학위논문은 스케일 착각을 유도하는 자극을 활용해, 이 현상의 행동적 양상과 신경적 인코딩 메커니즘을 다층적으로 규명하였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조성 유형과 음색을 조작한 행동 실험을 통해, 조성에 대한 친숙성과 음색의 일관성이 착각 지각의 강도와 일관성을 높인다는 결과를 확인하였다. 또한 일반적인 음악 훈련 경험보다 절대음감 보유 여부가 착각 반응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개인차 요인임을 밝혔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뇌파(Electroencephalography, EEG) 기반 시간적 반응 함수(Temporal Response Function, TRF) 모델링을 통해, 유사한 조건 하에서 자극 특성이 신경 신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분석하였다. 포워드 TRF 분석 결과, 포락선(envelope)과 MFCC(멜 주파수 켑스트럼 계수)는 전전두 및 중심부에서 150-200ms 부근의 강한 초기 반응을 유도하며 빠르고 안정적인 청각 인코딩을 나타냈다. 반면, 음고(pitch)는 낮은 진폭의 지속적인 반응을 후두 및 측두 영역에 걸쳐 보이며 더 긴 통합 창과 고차 청각 처리를 반영하였다.
백워드 TRF에서는 MFCC가 전반적으로 가장 높은 디코딩 성능을 보였으나, 음고만이 지각된 음형 구조를 실제 물리 자극보다 더 효과적으로 자극을 복원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뇌가 음고의 측면에서 착각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MFCC 기반 디코딩은 물리적 음향 구조를 잘 반영하며, 음악성이 낮은 참가자에서 더 높은 정확도를 보여, 음고 디코딩과 상보적인 신경 전략을 나타냈다. 이는 음악성이 높은 청자는 음고 기반으로 착각된 구조를 통합하는 반면, 낮은 청자는 MFCC와 같은 음색·스펙트럼 단서에 더 의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스케일 착각이 단순한 물리적 자극의 결과가 아니라, 고차원적인 음악적 기대와 청자의 청각 경험이 상호작용하여 구성되는 지각적 구성물임을 행동적·신경적 수준에서 입체적으로 규명하였다. 특히, TRF 기반 분석을 통해 착각 지각이 단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넘어, 청각 시스템이 내적으로 구성한 음형 구조를 더욱 선명히 반영한다는 점을 신경적으로 입증하였다. 이러한 정량적 접근은 음악 지각의 신경 기반을 해석하는 데 강력한 도구로 기능하며, 향후 청각 인지 연구, 음악 교육, 청각장애 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론적·응용적 확장을 위한 기초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