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국제연애 경험자들이 이야기하는 문화, 섹슈얼리티, 젠더, 인종의 담론을 통해 내재화된 인종주의가 유지, 순환되는 방식을 논의한다. 역사적으로 순혈주의와 단일민족신화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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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국제연애 경험자들이 이야기하는 문화, 섹슈얼리티, 젠더, 인종의 담론을 통해 내재화된 인종주의가 유지, 순환되는 방식을 논의한다. 역사적으로 순혈주의와 단일민족신화가 강...
본 연구는 국제연애 경험자들이 이야기하는 문화, 섹슈얼리티, 젠더, 인종의 담론을 통해 내재화된 인종주의가 유지, 순환되는 방식을 논의한다. 역사적으로 순혈주의와 단일민족신화가 강한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개인이 내재화, 실천, 타협, 저항하는 인종 담론을 파악하기 위해 11명의 국제연애 경험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행하였다.
다문화를 강조하는 한국사회에서 20대 중산층 젊은이들은 “문화적 차이”라는 개념을 적극 사용했는데, 우월한 타문화를 전제하는 문화적 차이는 한국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문화자본으로 인식된다. 국제연애 경험자들은 ‘한국’과는 다른 상대방의 문화적 차이를 배우는 것을 추상적이고 가치중립적인 과정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차이/익숙함의 사유틀은 문화적 본질주의에 근거하면서 기존의 문화적 위계를 바탕으로 배제/포함의 틀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연애에는 연애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성적 해석이 개입되는데, 국제연애 경험자를 성적으로 일탈적인 집단으로 규정하려는 섹슈얼리티적 시선은 국제연애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순혈주의를 유지시킬 뿐 아니라 특정 인종에 대한 배제를 정당화시킬 수 있다. 특히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와 식민 경험으로 인해 여성 경험자의 국제연애, 그 중에서도 유색인과의 교제는 더욱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일상적으로 한국의 단일민족신화와 인종주의를 경험하는 국제연애 경험자들은 한국사회의 편협한 민족주의와 인종주의에 저항하기도 했는데, 상대방의 인종에 따라 저항의 양상은 다르게 나타났다. 백인을 사귀는 국제연애 경험자들이 외국인을 배제하는 단일민족주의를 비판하며 인종주의에 대해서는 자기방어의 차원에서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흑인과 교제하는 사람들은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백인우월주의와 유색인 차별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태도의 차이는 상대방의 인종에 따른 일상적 경험의 차이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인종적 위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의식하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를 비판하던 국제연애 경험자들조차 문화적 인종주의와 자연화의 말하기 방식을 통해 인종주의를 은폐하고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 했다. 국제연애 경험자들은 문화의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인종주의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인종적 위계가 구조화 되어 있는 사회에서 “특정 문화의 선호와 거부”라는 개념은 오히려 인종적 문제를 탈정치화 시킴으로써 인종주의를 은폐할 수 있다. 또한 흑인차별에 저항했던 국제연애 경험자들조차 미와 부의 기준인 백인성을 근거로 자신의 이성친구를 “아프리카 흑인”과는 구별되는 예외적인 경우로 인식함으로써 인종의 위계를 합리화시키고, 흑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했다.
반이데올로기적 담론을 역설하던 국제연애 경험자들조차 인종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은 다문화를 적극 장려하는 한국의 현주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이 표방하는 다문화사회에서 정치적 산물인 인종의 탈맥락화와 비인종적 담론으로 탈정치화 되는 인종주의의 순환 방식은 반드시 천착해 봐야 할 문제이다. 인종주의는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구성원들의 실천과 내재화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강화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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