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19세기 중반 프랑스 식민통치의 영향으로 기존의 베트남 고유의 문화에 프랑스 문화를 일부 흡수하여 독자적인 베트남 문화를 형성하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 중에서도 프랑스...
베트남은 19세기 중반 프랑스 식민통치의 영향으로 기존의 베트남 고유의 문화에 프랑스 문화를 일부 흡수하여 독자적인 베트남 문화를 형성하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 중에서도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의 하나로 베트남의 커피문화를 들 수 있다. 베트남 커피의 맛은 짙은 프랑스 커피 맛과 비슷하면서도 구별되는 다른 특징을 가진다. 그러나 베트남 커피의 가장 큰 특징인 연유(煉乳)가 프랑스와 관련된 역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베트남 커피문화야말로 현재 가장 베트남적이면서도 프랑스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과의 베트남 전쟁에서 이겨 남북을 통일한 이 나라는 정책적으로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기후와 토양,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커피를 대량으로 재배하기 시작하였고, 2001년에는 세계 제2위의 커피 수출국이 되었다. 이는 세계 커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현대 세계 시장에서 석유 다음으로 거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커피 시장에 베트남이 대두될 수 있었던 것은, 베트남의 자국적인 노력과 함께 세계 시장의 수요 증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커피 산업의 발달 이면에 프랑스의 식민통치 역사가 녹아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 개혁으로 경제 성장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이 정책을 통해 베트남은 자유 시장 원리를 도입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베트남 경제의 두드러진 성장을 가져왔다. 자연 자원이 풍부한 베트남은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1차 산업의 발달을 위해 개발 정책을 도입하였다. 이 중에서 커피 개발 정책은 주목할 만한 효과를 가져와 베트남 커피 산업이 크게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베트남에서 커피 산업의 발전은 커피가 집중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중부 산지 지역 같은 농촌 지역을 개발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커피는 수익성이 높은 환금작물로 여겨져 커피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베트남 커피 산업의 성장은 세계 커피 시장에도 영향을 주어 2001년 커피 가격 하락의 하나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이면의 많은 문제점들도 간과할 수 없다. 시장 개방과 함께 베트남에 도입된 자유주의 무역은 사회 계층 간 소득의 격차를 벌였고, 이는 재배에 종사하는 빈곤한 사람들에게 더욱 힘든 환경을 제공하게 되었다. 또한 2001년 세계 시장에서 커피 가격이 급락하자 다시 그 손실은 베트남 커피 재배 지역으로 돌아왔다. 한때 커피를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게 된 지역 농민들은 다시 빈곤 생활을 경험해야 했다. 커피 재배 지역이 산지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베트남은 커피 가격의 급락으로 다시 그 지역 농민들만 더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2001년 세계 커피 가격 하락의 원인의 하나로 베트남 커피의 과잉 생산이 지목되자, 베트남 정부는 세계 시장에서 커피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국제 사회의 요구와 함께 커피 생산을 줄이고, 완충 재고 정책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베트남 커피 재배 지역 농민들을 위한 정부의 효과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이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남겨져 있다.
커피의 대량 재배를 통한 재배 자연 환경의 파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영향 중 하나이다. 현재의 베트남은 커피와 관련하여 새로운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커피 경작 지역을 축소하고, 서비스와 질의 향상을 요구하며, 확장된 서비스의 개발 등을 새로운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 스스로 자국의 환경과 약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커피 산업의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로부스타 종보다 아라비카 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게 되었고, 베트남 커피에 대한 생산과 수출 증가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베트남은 로부스타 종외에 아라비카 종의 생산에도 중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정체기를 보이고 있는 베트남 커피 산업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방향이라 생각된다.
또한 필자는 이에 덧붙여 국가가 개입하고 있는 커피 산업을 완전 자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민간 주도로 적합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협력 기구를 설립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공정무역을 도입하여 베트남 커피에 대한 신뢰도를 높임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호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커피 생산 지역의 빈곤과 환경 문제의 개선에도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아울러 베트남 고유의 자국 커피 브랜드를 개발하여 베트남 국내 커피 시장을 활성화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밖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재배 환경 문제를 신중히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개발을 목표로 체계적인 자원 보호가 필요할 것이다.
아픈 식민지 역사의 기억을 딛고 커피 산업의 발전을 경제 회생의 도구로 삼은 베트남의 경제 발전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또한 한국과 가까운 지리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교류가 많은 베트남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한국에서 보다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은 베트남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미 인스턴트커피 산업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고, 원두커피 산업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의 커피 산업 역시 베트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베트남 커피에 대한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점차 1차 식량 자원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 식량 자원이 풍부한 베트남 같은 개발 도상 국가에 대한 연구는 어느 한 국가만의 이익을 넘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임에 틀림이 없다. 베트남 역시 2·3차 산업의 육성을 통한 국가 경제 발전을 더욱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에게도 한국과의 협력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