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탈북 유아인 순희의 남한생활 적응과정을 탐색하여 순희의 위기 상황 대처 방식과 순희의 적응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하여 이들의 적응과정...
본 연구는 탈북 유아인 순희의 남한생활 적응과정을 탐색하여 순희의 위기 상황 대처 방식과 순희의 적응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하여 이들의 적응과정에서 보이는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탈북자들의 적응행동을 부적응이라고 진단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탈북 유아가 남한 생활 적응과정 초기에서 보여주는 행동도 하나의 적응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하였고 탈북 유아의 적응력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이 특정한 시기와 상황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한편 본 연구는 참여관찰과 심층면담을 활용한 문화기술지적 사례 연구방법을 채택하였다. 본 연구의 내용을 연구문제와 관련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탈북 유아(가명: 김순희)의 적응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이며 그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파악하였다.
순희의 적응력을 저해하는 위험요인은 친숙한 세계인 북한 생활에서는 출신성분 차이로 인한 부모들간의 갈등, 북한 식량난의 악화로 영양 결핍으로 인한 질병 경험, 특출한 언니로 인한 어머니로부터의 양육기대감 상실, 어머니와의 이별, 큰아버지 댁에서의 새로운 생활, 탈북 과정에서의 신변불안정 등으로 들 수 있다. 남한 생활 중 하나둘학교에서는 낯선 공간이 주는 불안감, 교사와 유아 등 반복적으로 변화하는 생활조건이 있었고, 남한 유치원에서는 학기 중간이라는 입학시기, 남북한 유아들간의 놀이문화 차이, 학습결손 등이 적응력을 저해하는 위험요인이었다.
그러나 이 위험요인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완화시키는 보호요인으로는 친숙한 세계에서는 어머니의 세밀한 양육적 태도, 외할머니의 직접적인 의료보호, 순희 언니의 재능, 큰아버지 가족들의 보호, 어머니의 모성갈등으로 인한 재회, 어머니의 양육기대감 회복, 어머니의 품이라는 지지대 등이 있었다. 낯선 세계 중 하나둘학교에서는 순희의 탐색 행동과 직 간접적인 자기 표출, 교사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기술 학습, 또래로부터의 보호와 지지 등이 있었고, 남한 유치원에서는 순희 개인의 배회 탐색행동, 연구자와의 관계, 모방 학습 태도, 학습결손으로 인한 또래와의 만남의 장 형성 등이 있었다. 이러한 위험요인과 보호요인 간의 상호작용은 순희의 긍정적인 적응을 가능하게 하였고 또한 순희에게 제공되었던 여러 보호 요인으로 인해 순희의 적응력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순희에게 발생한 위험요인은 순희의 적응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응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즉, 순희는 어머니와의 이별이라는 위기 상황에 노출되었으나 그 상황에서 자기보호능력, 순응적 태도 등 보호요인을 발달시키기도 하였다.
둘째, 순희는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였으며 이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순희는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까지 어머니와의 이별로 인해 큰아버지 댁에서의 새로운 생활, 탈북 과정에서 신변 안전에 대한 위협을 받음, 대성공사, 하나원, 남한 거주지 등 반복적인 이주로 인해 잦은 생활 세계의 변화 등 다양한 위기 상황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순희에게 잦은 생활세계의 변화는 적응력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되어 나름대로의 적응방식을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 즉, 순희는 교사에게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였고, 교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행동을 하였다. 또한 순희의 배회와 탐색하면서 교실환경과 남한 유아들의 놀이를 익혔고, 규칙이 복잡한 교실 안과 규칙이 좀더 유연한 교실 밖을 배회하며 자신에게 적절한 교실 밖에서 놀이활동을 하는 적응력 있는 행동을 보였다. 또한 순희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혼자놀이를 하면서 남한 또래들과 어울릴 수 없는 자신의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어 가상의 세계에서 다수의 타인들과 어울리거나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는 적응력 있는 행동을 보였다. 한편 순희는 하늘반에서 주변부적 위치에 있는 유아들과 또래관계를 형성하였는데, 이는 또래관계의 결속력이 약한 주변부적 위치의 유아들에게는 쉽게 접근하여 또래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순희는 이들과 관계를 형성한 뒤에는 이들을 보호하는 행동을 하는 상당히 결속력 있는 관계를 이루어갔다.
따라서 순희의 순응적 태도, 적극적인 의사와 감정 표출, 배회, 탐색 행동, 혼자놀이 등은 표면적으로는 부적응적 행동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면을 들여다 볼 때 위기 상황을 모면하여 위험을 줄일 수 있었던 적응적인 행동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순희는 낯선 세계에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 있는 유아이며 이러한 능력은 순희가 남한생활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학습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순희의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보호요인이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제공되어 위험요인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력이 완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위기 상황도 순희의 발달과 적응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기회로도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순희가 지속적으로 남한사회에 안정적인 적응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남한사회에서 제도적 측면에서의 지원이 요청된다.